박스퀘어 사람들

[신촌기반 문화예술웹진 잔치] 12-7. ‘담담’, 양혜림 사장님

작성자
운영사무국
작성일
2019-07-01 15:59
조회
1023
햇살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는 건 한 학기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뜻. 이런 시기엔 부쩍 술이 땡기는 날들이 잦아진다. 언제나 종강이라는 이름의 끝은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이야말로 과제+팀플+시험 3중주의 헬 파티가 열리는 시점인 것이다. 알코올에 대한 욕구와 과제에 대한 책임감을 모두 놓칠 수 없다면, 이곳을 추천한다. 달큰하고 오묘한, 산뜻하면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전통의 맛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박스퀘어 2층 40호 청년키움식당 ‘담담’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에 재학 중인 양혜림이라고 합니다. 좋은 기회로 청년 키움 식당에 선정돼서 외식 창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 팀명은 ‘담담’이고요. 전통주 칵테일과 할머니들에게 배운 레시피를 이용한 안주를 선보이는 가게입니다. 프로젝트성 가게이기 때문에 6월까지 박스퀘어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아직 재학 중이신데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외식 창업에 관심이 있으셨던 건가요?

지난해 저희 학교 신산업 융합대학 창업경진대회에서 제가 우승을 했어요. 그걸 계기로 창업에 더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죠. 사실 요즘은 취업이 어렵기도 하고요. 제가 술을 빚어 먹는 취미도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담담을 통해서 전통주 칵테일을 처음 접하게 됐는데요. 칵테일하면 보드카나 위스키 베이스가 먼저 떠오르는데, 전통주가 베이스로 쓰이는 게 신기해요!

우선 저희는 안동소주와 진도홍주를 베이스로 한 두 가지 종류의 칵테일이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나름대로 해석해서 선보이는 일종의 막걸리 샹그리아가 있고요. 이건 막걸리에 레몬과 라임을 넣어서 끓여내는 술이에요. 사실 칵테일을 주로 개발한 친구는 지금 가게에 앉아있는 박예은 학생인데요. 그 친구가 처음에 이런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너무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직접 시음해보며 메뉴 개발을 하게 된 거죠.

 

안동소주, 진도홍주… 모두 이름은 들어봤지만 좀 낯선 술들인데요.

맞아요. 제가 처음에 안동소주로 칵테일을 만든다고 했을 때 친구들 반응이 ‘그거 40도짜리 아니야? 우리 아빠가 선물 받았는데.’ 이런 식이었어요. 홍주는 ‘그게 뭔데? 빨간 술이야?’라는 반응이 많았고요. 다들 바에 가서 만사천원 내고 요만한 칵테일을 마시잖아요. 근데 전통주도 맛에 있어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다 나름의 역사를 가지고 있거든요.

홍주 같은 경우는 역사가 1200년정도 돼요. 이건 제가 설명을 좀 드리고 싶은데, 별주부전에서 토끼가 거북이를 유혹할 때 쓰는 술이거든요. 저희가 쓰는 안동소주 같은 경우도 국가에서 식품명인으로 지정한 박재서 명인이 제조하신 술이에요.

 

와, 술에도 각각의 스토리가 숨겨져 있었네요.

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다들 잘 모르세요. 그냥 ‘독해, 빨간색 예뻐, 아빠가 먹는 술’ 이 정도로 생각하시니까요. 그래서 전통주를 더 알리고 싶었고 연대와 이대, 서강대가 모여있는 신촌이라는 좋은 상권에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또, 제가 창업경진대회 나갔을 때 주제도 막걸리였기 때문에 연관성이 있었죠.

 



예쁜 빛깔만큼 맛도 좋담

 

아까 안주메뉴는 할머니들의 레시피를 배워왔다고 하셨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전통주만큼 독특한 메뉴가 많은데 이런 음식은 어떻게 개발하신 건가요?

이 부분은 창업 경진대회를 시작했던 계기와 좀 연결이 되는데요. 할머니들 중에 술을 담글 줄 아시는 분들이 꽤 계세요. 그런데 그 술을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니까 그 경제적 가치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요. 할머니들의 술을 빚는 능력, 그 경제적 가치를 찾자는 취지로 시작한 게 지난 창업 경진 대회였어요. 그 과정에서 안주메뉴들도 등장하게 됐고요. 할머니들이 집에서 간식으로 구워드시던 떡은 절미와플로,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비빔국수 레시피는 지금의 고추장 소스로 활용되고 있죠. 요즘 선보이는 깐풍메뉴는 컨설팅을 통해서 개발하게 된 메뉴예요.  다른 분들의 조언도 받고 저희가 토할 때까지 먹어보면서 만들어낸 메뉴들이고요. 모든 메뉴가 여러 사람의 노력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어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더 맛있어 보여요. 혹시 담담을 찾는 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사장님만의 꿀 조합이 있나요?

식사하시려는 분들은 깐풍섯(깐풍+버섯)에 밥 추가가 좋고요. 안주로 드시려면 깐풍메뉴를 단품으로 시키시고 막걸리 한잔을 드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희가 막걸리도 잔으로 따로 팔고 있거든요. 특히 동동주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조합이 저희가 추구하는 전통주의 가치와 가장 잘 맞는 조합이 아닐까 싶어요.

 



여기에 동동주 한잔-!

 

제 주위에는 소주 한잔에도 얼굴이 빨개지는 ‘알쓰’친구가 있는데요. 알쓰들도 담담의 칵테일을 즐길 수 있을까요?

전통주 칵테일은 도수가 맥주보다 낮아요. 저희가 추정해보면 대략 ‘호로요이’* 정도? 아주 술을 못 드시는 분들은 간혹 술맛이 좀 느껴진다고 하시기는 해요. 근데 요즘 손님들은 ‘아, 이거 안 취해서 못 먹겠어요.’이러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샷 추가를 도입했죠. 원하시는 분들은 ‘발그레한 오디’에 홍주를 더 추가하실 수 있어요.

 

*달달한 맛의 일본 맥주 호로요이는 약 3% Alc.

 

술의 도수까지 조절할 수 있는 안성맞춤 칵테일이네요! ‘알쓰’뿐만 아니라 ‘비건’분들도 담담을 편하게 찾으실 수 있도록 마요네즈를 소이네즈로 바꿔주신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저희 팀의 모토가 전통주를 알리자는 것도 있지만, 그 전통주를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채식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더 맛있는 비건 식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 거죠. 실제로 제 친구 중에도 채식을 지향하는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가 술집을 못 간다는 거예요. 물론 다른 분들이 배려해주시기는 하지만 그 친구 입장에서는 ‘그냥 제가 빠질게요’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술, 간장, 고추장 이런 모든 재료를 구할 때 다 전화를 돌려요. 예를 들면 간장을 선택할 때, 처음에는 그냥 양조간장 쓰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청** 회사에 전화해서 저희가 이 간장을 좀 쓰고싶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양조간장에도 소고기 엑기스가 약간 들어간다는 거예요. 당연히 다 콩으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제조법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쑥스러운 밀크’는 우유가 들어가기때문에 완전한 비건식은 아니라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네요. 성분까지 일일이 다 확인하려면 꽤 시간이 걸리겠어요.

그렇죠. 그래도 모든 재료가 다 식물성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해서 확인하고 있고요. 레몬, 오디청도 정백당에 과일만 들어간 걸 써요. 소이네즈는 사실 오**에서 나오는 저렴한 제품이 있긴 한데요. 이왕 두 달 하는 거 좀 좋은 거 써보자 해서 상당히 비싼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500g에 가격이 만 단위로 가요. 어차피 평소에 우리도 잘 못 먹는 거 장사할 때라도 써보자 해서 웬만하면 다 좋은 거로 쓰고 있어요.

 

저도 어서 들려서 비싼 소이네즈 맛을 꼭 한번 봐야겠어요.

아낌없이 뿌려드려요. 장사 두달하는데 남으면 싸가야 되잖아요.(웃음)

 



전통주가 궁금한 자 나에게 오라, 비싼 소이네즈는 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낌없이 나눠주시면 남는 게 없는 거 아니에요?

네, 맞아요. 우리는 남길 수 없다는 사실을 이거 시작한 둘째 날에 바로 알았어요. 이거는 절대 최저시급을 남길 수 있는 장사가 아닌거죠. 그리고 우리는 프로가 아니다를 느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프로 한명의 ⅓ 정도밖에 못해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 셋이 모이면 한명의 프로예요. 인건비는 세밴데. (웃음) 그래서 저희는 그냥 이 과정을 통해서 즐거움을 남기고 손님들에게 좋은 기억을 남기자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나중에 담담을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아, 나 그거 정말 맛있게 먹었어’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면 그거 자체로 성공인 것 같아요.

 

창업과 장사라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학교와 병행하시는 거죠?

일단 저는 재학 중이에요. 학교에 다니고 있기는 한데, 다 사이버 강의로 돌렸어요. 그리고 내일 기말고사를 봅니다… 같이 담담을 운영하는 박예은 학생은 심지어 21학점을 들으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더구나나 오늘처럼 제가 시험이 있는 날에는 근무 스케줄이 아닌데 나와서 가게를 봐줘야 하는 거죠. 저 친구들이 오늘 일하는 날이 아닌데 저 공부하라고 나와 있는 거예요. 다들 너무 바빠요. 하루를 잘게 잘게 쪼개서 잠-학교-일-학교-일…  이렇게 반복하고 있어요.

 

올 때 비타오백이라도 한박스 들고 왔어야 하는데 제가 염치가 없었네요. 그래도 힘든 시간인 만큼 사장님의 인생에 값진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기도 한데요. 앞으로도 창업 쪽과 관련된 진로를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직접 해보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사실 전에는 창업경진대회 우승했으니까 되겠지 이런 마음이었는데 실제로 운영을 하는 건 많이 다르더라고요. 문제상황을 하나하나 마주칠때마다 너무 쉽게 생각했었다는 걸 깨달아요. 그런데 오히려 이걸 깨닫게 된 점이 좋아요. 그래서 나중에 창업하더라도 정말 철저한 준비 기간을 갖고 도전하고 싶어요. ‘한번 해봤으니까 다음에도 바로 되겠지’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창업이 아닌 사장님의 개인적인 꿈이 있으신가요?

저는 그냥 다 같이 즐겁게 술 마시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학교를 되게 오래 다녔거든요. 11학번이에요. 근데 아직도 학교를 다녀요. 학고도 많이 맞아봤고, 올 F도 맞아본 적 있고요. 교수님한테 이번에 꼭 졸업할게요! 해놓고, F 맞아서 졸업 못 하고… 근데 과분하게도 창업해서 많은 분이 담담을 좋아해 주시고 하니까, 그냥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사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중에 아, 담담 여기 있었는데 하면서 제 얼굴이 스쳐 지나가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담담이 있는 공간, 담담이 있던 공간

 

6월이 지나면 저는 이 자리를 지나갈 때마다 사장님 생각을 할 거예요.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술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신 것 같아요. 왠지 동질감도 느껴지고…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통풍 진단을 받은 적도 있어요. 한동안 너무 아파서 학교를 택시 타고 다녔죠. 또 술을 너무 좋아해서 전통주 교육원에 다니면서 배우기도 했고요. 술을 사랑했죠. 근데 이제는 좀 줄이려고요. 사랑했다…(아련)

 

이제 인터뷰가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사장님께서는 이 신촌이라는 공간에서 술도 드시고, 장사도 하시고, 학교도 다니시는 만능 신초너이신데요. 신촌은 사장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의 3분의 1이죠. 학교를 거의 9년 다녔으니까 이 바닥에서 ⅓ 을 보낸 거예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답변이네요. 마지막으로 담담을 찾아주시는, 그리고 앞으로 방문해주실 신초너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려요.

여기에서 파는 음식과 칵테일은 이제 한 달 있으면 사라질 음식이에요. 우리 셋 말고는 아무도 만들지 못하는 음식이니까, 많이 들러주셔서 세상에서 사라질 음식 한번 드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전통주에 계속해서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건 어쨌든 그 자체만으로 값진 일이다. 술, 함께하는 동료 그리고 이곳에서의 추억 그 무엇이든 말이다. 사랑의 대상은 존재만으로도 인생을 꽤 즐겁게 만들어주며 입가에 스쳐 지나가는 미소를 선물한다. 담담 사장님에게는 그런 존재가 바로 전통주가 아니었을까. 하루 24시간을 나누고 쪼개서 겨우 낸 시간에도 활기찬 웃음으로 인터뷰 내내 행복을 전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장님의 전통주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을 테다.

 

박스퀘어에서 담담의 시간은 한정되어있지만, 앞으로 걸어갈 방향에 관계없이 세 사장님의 걸음을 응원한다. 지난 2개월간 맛좋은 전통주와 음식을, 그리고 스쳐지나갈 기분좋은 추억을 건네주신 대가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담담’ 양혜림 사장님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CONTACT: instagram @daamdaam_2019

Bye Community! : 읽어도 좋고, 안 읽어도 되는 이야기  

오늘의 글을 마지막으로 이번 학기 피플팀의 ‘박스퀘어 청년 창업가’ 특집은 마무리됩니다. 이제 더는 ‘다음주에 만나요’를 외칠 수 없어 아쉬울 뿐이에요.(울먹) 박스퀘어의 시작을 열어준 익명의 신초너부터 톰빌리, 카페코지, 오르보아, 소버, 코스파파 그리고 마지막 담담 사장님까지. 바쁘신 와중에도 에디터들의 다소 어려운 질문까지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일함과 두려움에 젖어 도전의 가치를 잊어가던 요즘, 청년 사장님들의 열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참 소중했어요.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도 그만큼 뜻 깊었길 바랍니다.

커뮤니티를 마친 뒤 다소 감성에 젖은 마음으로 사족을 붙이자면, 어느덧 제가 신초너로 지낼 시간도 약 6개월가량밖에 남지 않았네요. 에디터 ‘뚝딱’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와 같은 후천적 신초너들은 언젠가 신촌을 떠나는 날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넓게만 느껴지던 신촌이 어느덧 익숙한 우리집 앞마당이 되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하지만 이곳을 떠나도 이 공간이 우리에게 선물한 작은 조각들은 각자의 손안에 오롯이 남아있을겁니다. 제 손에는 처음 신촌에 오던 날의 설레임과 과음이 선사한 유쾌한(?) 흑역사, 그리고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시던 수많은 신초너 분들이 남아있네요.

우리는 긴 시간의 여행에서 신촌이라는 공간을 스쳐 지나가고 각자의 방향으로 다시 걸음을 옮기겠지만, 그 행보를 언제나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잔치와 함께하신 모든 분들, 사는동안 적게 일하고 많이 버시길 바라요. 그리고 신촌과 잔치는 언제나 이 자리에 있을 테니, 가끔 예전의 우리가 궁금해질 때면 잔치의 문을 빼꼼 열어보시길!

see you again!

신촌 기반 문화예술 웹진 바로가기 링크: http://welcometozanchi.com/7127